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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도산면 원천리(원촌마을) 소재 이육사문학관은 이육사(李陸史, 1904-1944)의 민족정신과 문학정신을 길이 전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세운 문학관입니다. 이곳은 일제 강점기에 17번이나 옥살이를 하며 민족의 슬픔과 조국 광복의 염원을 노래한 항일 민족시인 이육사 선생의 흩어져 있는 자료와 기록을 한 곳에 모아 그의 혼과 독립정신가 업적을 학문적으로 정리해 그의 출생지에 세운 것입니다. 이곳에는 전시관(971.75 m2), 생활관(497.28 m2), 이육사 생가(90.72 m2)가 있습니다.
퇴계 이황의 14대손인 이육사(李陸史)는 독립유공자이자 시인으로 본관은 진성(眞城), 호는 육사(陸史), 본명은 이원록(李源祿) 또는 이원삼(李源三)입니다. 한때 이활(李活)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한 적도 있으며 후일 대구형무소 수감시절 자신의 수감번호였던 264를 따와 이육사로 이름을 개명했으며, 윤동주 및 한용운과 더불어 일제강점기의 대표적인 저항시인입니다.
이육사는 조부로부터 한학을 배운 후 도산공립보통학교를 졸업했으며 1924년 도일했다가 9개월 만에 귀국해 대구에서 문화활동을 벌였습니다. 1926 중국 베이징 소재 대학에서 수학다다가 이듬해 귀국했지만 장진홍의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이 발생하자 1년 6개월간 대구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렀으며 이때의 수인번호가 264였습니다.
1930년 중외일보 기자로 재직하면서 첫 시를 발표한 이후 청포도와 광야 등 40편의 시를 남겼습니다. 1932년 베이징과 난징에 머물면서 독립운동을 하다가 의열단에서 설립한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 1기생으로 입학해 6개월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1943년 중국으로 갔다가 귀국하였지만 곧 체포되어 베이징으로 압송당했고 1944년 베이징 주재 일본 영사관 감옥에서 순국했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에 일제에 항거하면서 민족의 양심을 끝까지 지킨 저항시인으로서 강인한 필치로 민족의지를 노래한 애국지사입니다.
이육사문학관(정신관) 맞은편에는 육우당(六友堂)이 있는데 이는 그의 생가를 복원한 것입니다. 이육사 생가는 원래 인접한 잔디광장에 있었으나 안동댐 건설로 수몰위기에 처하자 다른 곳으로 이전하였다가 고증을 거쳐 복원한 것입니다. 당호 육우당은 이집에서 태어난 6형제의 우의를 기리는 뜻이라는군요.
이제 이육사문학관의 전시관인 정신관(2층 전시실)으로 들어갑니다. 정면에는 이육사의 흉상이 놓여 있고 그의 생애와 연도별 활동, 그리고 그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간략하게 나열되어 있습니다. 또한 이육사의 교육적 환경과 혈연적 관계를 통해 그가 독립운동을 하게 된 배경에 대해 상세하게 볼 수 있으며 대구에서 발생한 장진홍 의거와 육사(陸史)의 수감관련 전반적인 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계단을 이용해 아래로 내려가면 1층 전시실입니다. 이곳에는 첫 옥고를 치르고 나온 이후 독립운동에 참여하면서 남긴 많은 글들을 볼 수 있습니다. 이육사는 1927년 장진홍 의거 때부터 시작해서 1944년 생(生)을 마감할 때까지 총17번 수감되었으며, 그가 생을 마감한 곳도 감옥이었습니다. 이육사는 생전에 독립을 보지 못하고 생을 마감했지만, 독립 후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독립운동가 겸 시인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육사문학관 답사를 마치며 이육사의 대표적인 시(詩) 청포도와 광야를 옮겨 적습니다. 푸른 “청포도”는 희망과 자유를 상징하기에 이 시는 일제의 억압 속에서도 잃지 않은 자유에 대한 갈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광야”는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민족의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시인의 의지를 담고 있어 오늘날까지도 많은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시입니다.
■ 청포도(靑葡萄)
내 고장 칠월(七月)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절이주절이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려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靑袍)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두렴
■ 광야(曠野)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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