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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시 해미면 소재 해미순교자 국제성지는 로마 가톨릭교회 순교성지로 "예수 마리아"를 부르는 교우들의 기도 소리를 “여수머리”라 잘못 알아듣던 주민들의 입을 통해 “여숫골”이라는 지명으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1866년 병인박해 때 해미진영(海美鎭營)은 천주교도 색출과 처벌의 임무를 맡고 있었기 때문에 충청도와 경기도 평택에 이르는 해미현 관아 관할지역에서 붙잡힌 천주교도들은 해미읍성으로 끌려왔는데, 1872년까지 6년간 이어진 박해기간 동안 붙잡힌 천주교 신자 약 1,000명 이상이 이곳에서 잔인하게 처형 또는 생매장 되었습니다.
1935년 서산성당 범바로(P, Barraux) 신부가 순교자들의 유해 중 일부를 발굴해냄으로써 관군에 의해 집단 학살이 자행되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발굴된 유해는 상홍리공소에 임시 안장되었다가 1995년 순교자대축일에 원래의 순교 터인 생매장 순교지 순교탑 앞으로 이장됐습니다.
2014년 로마 교황청은 해미 순교자 3명을 가톨릭교회 공적 공경 대상인 복자(특정한 지역의 가톨릭교회에서 공경받을 만한 사람으로 시복식을 통하여 복자품에 오른 사람을 이르는 말)로 추대하였으며, 같은 해 8월 교황 프란치스코가 복자로 추대된 순교자들의 시복식(가톨릭에서 누군가를 복자로 선포하는 행위)을 위해 대한민국을 방문하였을 때 해미순교 성지도 직접 방문하였습니다.
순교성지 정문 앞 “생명의 책”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에서 이루어진 아시아 주교들과의 만남에서 말씀하신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남기기 위한 조형물로서 작품 속 회화(호야)나무는 과거 천주교 박해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나무입니다. 정문 좌측 “생명의 나무”는 교황방문기념 조형물로 방문기간 동안 교황이 남긴 평화와 사랑의 메시지를 나무에 새긴 것입니다.
원형의 성당(소성당, 대성당) 안으로 들어서면 로비에는 성모상과 성화가 놓여 있고 프란치스코 교황 방문을 계기로 아시아주교들과의 기념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또한 복자로 추대된 3명의 순교성인의 인물화도 보입니다. 1층 소성당은 고해실로 내부는 매우 소박하게 꾸며져 있더군요. 1층에서 2층으로 오르는 양쪽 계단에도 성화가 걸려 있으며, 2층 성당의 내부도 1층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모습입니다. 성당 우측 출입구 쪽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입상이 세워져 있으며, 이름 없는 집(초가)은 순례자들이 이름 없는 순교자들을 기억하며 성경이어쓰기를 하는 곳입니다. 이곳에는 아기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마리아상도 보입니다.
성당 뒤쪽의 원형의 콘크리트 시설물은 해미순교성지 기념관(유해참배실)입니다. 안으로 진입하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해 행한 각종 의식과 행사의 사진을 비치해 두고 있으며, 순교자들이 밧줄에 묶여 끌려가는 장면을 연출한 부조가 세워져 있습니다.
또 순교자 중 교황에 의해 복자로 추대된 3인의 인적사항과 인물화가 모셔져 있는데요. 이보현(1773-1800, 프란치스코)은 정사박해 때 체포되어 해미에서 매질을 당해 27세에 순교하였습니다. 김진후(1739-1814, 비오)는 김대건 신부의 증조부로 10년간 옥살이를 하다가 옥사한 인물입니다. 인언민(1737-1800, 마르티노)은 황사영을 만나 천주교에 입문하였고 주문모로부터 세례를 받았으며 해미에서 매질로 순교했습니다.
기념관 옆 물웅덩이는 진둠벙이라고 하는데 이는 끌려오던 신자들 몸에 돌을 매달아 수장했던 연못으로 외지인들은 천주학 죄인들이 빠져 죽은 둠벙(웅덩이)이라 하여 죄인둠벙으로 불렀고 근래는 진둠벙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진둠벙 옆 순교자리개돌은 천주교신자들을 돌 위에 올려놓은 뒤 태질을 해 죽인 피의 증거물로 해미진영의 서문 밖에 있었으나 도시계획 도로 개설로 이곳에 옮겨 보존하고 있습니다.
노천성당을 지나면 십자가의 길입니다. 일반적으로 십자가의 길은 예수께서 걸은 고행의 길을 나타내는데 이곳 십자가의 길은 순교자들이 걸은 죽음의 길을 따라 조성한 길이라고 하는군요. 이곳에는 무명 생매장 순교자들의 묘와 해미순교탑이 조성되어 있으며, 그 옆에는 순교자3위 복자상도 보입니다.
서산시에서는 해미국제성지순례길을 조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길은 2014년 로마 프란치스코 교황이 해미읍성과 해미성지를 방문한 사실을 기념하고 그 의미를 되살리고자 조선시대 내포지역의 순교자들이 해미읍성까지 압송되던 경로를 현재의 여건에 맞춰 복원하고 정비하여 조성한 도보순례길입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이 길이 품고 있는 사연과 순교의 의미도 함께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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