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도 역의 전노민
▲ 김인숙의 자백이 몰고 온 충격파
글을 쓰기 전에 먼저 쥐구멍부터 찾아야하겠습니다. 저는 조니를 찌른 범인이 엄기도(전노민 분) 집사의 사주를 받은 수하라고 주장했기 때문입니다. 조니의 살해범을 둘러싸고 설왕설래할 때 작가 권음미는 원작의 내용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묘한 말로 김인숙(염정아 분)이 조니 살해범이 아닐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풍긴 적이 있습니다. 아무리 김인숙이 JK클럽사장으로 취임하는 게 영광이라고 하더라도 아들인 조니를 찌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며, 기도실에서 왜 나로부터 아들을 빼앗아 갔느냐고 한탄해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고 본 것입니다. 물론 이 예측이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는 달았지만 역시 작가의 낚시에 보통 시청자는 걸려들게 되어있군요.
김인숙이 건넨 자필 진술서를 읽고 얼어붙은 공순호(김영애 분) 회장. 나중에 밝혀진 내용을 보면 그럴 만도 합니다. 곰돌이인형을 가지고 죽은 조니는 김인숙의 아들이며, 조니를 찌른 살인범도 바로 자신이라는 것입니다. 일단 JK가의 며느리가 되면 사별은 있어도 이혼은 없다던 공순호로서는 이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대 사건입니다. JK가에서 혼전 아들이 있었던 여자를 며느리로 맞이한 것도 수치스러운 일인데, 그 며느리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아들을 죽인 살인자인 것이 세상에 알려지는 날 그룹이 받을 충격은 상상할 수 없을 지경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와는 다른 어머니 모습을 본 딸 조현진(차예린 분)은 강태혁(독고영재 분) 변호사를 채근해 공 회장 금고를 열어 김인숙의 편지를 읽고는 경악합니다. 공순호는 대통령부인 진숙향 여사를 만나 이 문제를 상의하지만 진 여사는 이 일이 절대로 세상에 알려져서는 안 되며,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고 발을 뺍니다. 과거 10여 년 이상 언니-동생 하는 사이로 노블리제 오블리주의 상징이었던 김인숙이 살인자임이 밝혀지면 영부인의 명성에도 치명타이기 때문입니다.
잠시 후 집무실로 돌아온 공순호는 검찰에 연락토록 해 한지훈(지성 분)을 석방토록 지시합니다. 한지훈이 쓰레기통에 버린 곰인형을 정가원의 일꾼이 발견해 가지고 있었고, 김인숙이 범인이라고 자백했으니 이제는 한지훈을 이용해 김인숙을 제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지훈은 김인숙이 JK클럽사장에 취임하기 직전 현재와는 다른 모습의 김인숙을 발견할 때는 스스로 제거하기로 약속했거든요. 공순호는 또한 박민경(이채영 분) 기자에게 제보한 기사도 일체 작성하지 말도록 지시합니다.
▲ 여자 옆에서 희생만 하는 남자 전노민(엄기도 역)의 죽음
아들 조병준을 돌보라는 김인숙의 간절한 부탁으로 미국으로 떠나기로 결심한 엄기도는 한지훈에게 전화해 "정체가 드러난 것 같으니,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마리를 부탁한다"는 말을 합니다. 그러나 그는 차에 탄 직후 조동진(안내상 분)이 보낸 패거리들에게 붙잡힙니다. 조동진은 지난번 정가원에 난입한 폭력배들이 엄기도의 하수인임을 밝혀낸 것입니다.
조동진 부하들에게 폭행을 당한 엄기도는 간신히 오랏줄을 풀고 사력을 다해 도망치려다가 벼랑 끝에서 추락합니다. 머리를 크게 다친 엄기도를 구하기 위해 급히 현장에 나타난 한지훈은 그를 병원으로 옮깁니다. 구급차 안에서 엄기도는 한지훈에게 "마리가 사람이었다는 걸 증명해주시오. 마리는 죽이지 않았어요. 하지만 김인숙이라면 JK사람이 되기 위해 그토록 노력해온 김인숙이라면 조니를 찔렀을 수도 있어요"라고 힘들여 말합니다. 엄기도는 "그때 한변이 변호를 해 주세요. 그 순간 마리한테는 조니가 아들이 아니라 그토록 인생을 꼬이게 만든 그 누구(트라우마)로 보였을 수도 모르지요"라고 했습니다. 깜짝 놀란 지훈이 이를 부인하면서도 만약의 경우 끝까지 보호하고 변호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병원으로 옮겨진 엄기도는 급히 달려온 김인숙에게 "고백할게 있다. 내가 그 사람이었다. 널 용산역에서 데려온. 네가 밥이나 굶지 말았으면 해서 강마담에게 데려다 주었다. 나로서는 최선이었다. 미안하다"고 고백합니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엄기도는 숨을 거둡니다. 김인숙의 폭풍눈물에 시청자로서도 가슴이 아플 지경입니다.
엄기도 역의 배우 전노민는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정부이자 병부령인 설원 역으로 출연해 미실을 그림자처럼 보호하다 그녀가 죽자 자신도 장렬하게 죽은 인물입니다. 한 여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치고도 끝내 불우하게 생을 마감하는 대목이 하도 딱하여 비교해본 것입니다.
▲ 엄기도가 한지훈에게 보낸 CCTV CD는 막판 반전용(?)
엄기도가 죽자 김인숙은 한지훈에게 "제발 내 옆에서 사라져 주라. 네가 없어야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어. 잘 되야 너와 서순애 언니한테도 잘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지, 왜 JK그룹으로 들어와서 날 힘들게 해. 처음부터 널 만나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고, 네가 연루되지 않았어도 조니를 죽이지 않을 수 있었어!"라며 지훈을 떼어놓으려고 합니다.
지훈은 공순호를 찾아가서 인숙의 자필진술서를 읽습니다. 공 회장이 이 편지를 선뜻 보여준 것은 살인자인 김인숙을 지훈이 제거토록 압박하기 위한 것입니다. 지훈은 인숙에게 왜 비겁한 결론을 내려고 하느냐며 역정을 냅니다. 만일 조니를 죽였다면 더 큰 벌을 받아야지 이렇게 쉽게 도망가서는 안 된다고 해요. 매우 의미심장한 발언입니다.
이를 믿을 없는 지훈은 김인숙에게 왜 이런 식으로 조니를 애도하느냐고 반문합니다. 이에 인숙은 다시금 자신이 범인이라고 강조합니다. "내가 조니를 죽였어! 이제 그만 믿어! 조니가 자기 엄마라고 인정해 달라는데 내가 왜 모든 것을 버리고 조니 엄마가 되어야 해? 나에게 자꾸만 매달리잖아!"
이 때 검찰에서는 조니 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되었다는 소식이 드려옵니다. 순간적으로 김인숙이 조니 살해범으로 몰린 지훈을 구하기 위해 거짓 자술을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는데요. 검거된 자들은 조니의 여권을 탈취한 퍽치기들로, 조니가 비틀거려 술에 취한 줄로만 알았지 칼에 찔린 것은 몰랐는데 알고 보니 피를 흘리고 있었다면서 결백을 주장합니다.
엄기도가 죽기 전 한지훈에게 보낸 우편물에는 그가 가져갔다던 사건당일의 CCTV CD가 들어있습니다. 메모지에는 "마리가 진범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보낸다"고 씌어져 있네요. 복도의 영상만 보여주었기에 별실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 수가 없군요. 한지훈은 CCTV에서 김인숙이 급히 취임식장으로 간 다음에 비틀거리는 조니가 복도로 나와 비상계단으로 들어가는 모습만 본 게 전부입니다. 아마도 실내에 있는 CCTV에서 잡은 영상은 없는 것 같아요. 엄기도도 별실(패닉룸)에서 벌어진 일은 모른다고 했거든요. 이 CCTV가 마리가 진범이 아님을 증명하게 될까요? 제작진은 막판에 또 다른 반전을 숨겨두고 있는 것일까요? 반전은 반전이되, 범인은 사람 김마리가 아니라 괴물 김인숙임을 알려주려는 메시지일까요? 지훈도 이를 본 후 "김 여사, 이 미친 질주를 내가 끝내줄 게"라고 말해 그가 어떤 대응을 할지도 관심거리입니다.
▲ 공순호의 마지막 4막-김인숙 살해계획
지난번 공순호는 김태혁 변호사에게 김인숙이 정가원에서 도망가려 했을 때 그녀를 번번이 붙잡은 것은 죽은 아들 조동호가 아니라 남편인 조 회장이었다고 술회했지요. 이번에는 공순호는 김인숙의 너무나도 착한 모습과 남편 및 아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것을 보고는 질투심으로 참을 수가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정가원은 공씨 집안의 돈으로 성장했음에도 자신을 무시한 남편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었답니다. 그런데 지금 K가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답니다. 남편인 회장에게 주기 싫었던 JK를 K에게 줄 수는 없다고요. 자신이 이토록 잘 못 살아온 것인지 자책합니다.
공순호의 결심은 확고합니다. 여기서 물러설 수도 없는 일이거든요. 공순호는 김태혁에게 "이제 끝내야하겠다. 이 수모, 이 분란. 조용히 K를 병준 아비 곁으로 보내줘야 하겠다"고 다짐합니다. 인숙의 남편이자 병준의 아버지인 조동호는 헬기사고로 죽었는데 그 옆으로 보내겠다는 것은 살해하겠다는 최후의 발악이네요. 한편, 엄기도의 죽음에 상처를 입은 임윤서(전미선 분)에게 김인숙은 김인숙 건으로 조동진을 잡아들일 것이라며 모종의 대책이 있음을 내비쳤는데, 김인숙이 무슨 복안이 있을지 모르겠어요. 이제 다음주면 마지막 방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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