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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월화드라마 <짝패>가 32회를 끝으로 종영되었습니다. 마지막 회 중반부를 넘길 때까지도 이 드라마가 과연 어떻게 결말을 이끌어 낼지 무척 궁금했는데 마지막 10여분을 남겨두고 정말 이외의 상황이 벌어졌고 결국 극적인 반전을 이끌어 냈습니다. 등장인물 가운데 주인공 천둥(천정명 분)이 죽음을 맞이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그는 아래패의 두령으로서 아무리 좋은 취지이지만 제도권에 반기를 든 역적이며 많은 사람을 죽인 인물이기 때문에 그의 죽음은 필연적입니다. 반면 포졸로서 부패한 공포교(공형진 분)가 귀동(이상윤 분)에게 피살된 것은 먼저 귀동을 죽이려던 그의 업보입니다.

한편, 부패한 관리의 전형을 보여주는 김대감(최종환 분)은 막판에 개과천선하여 목숨은 부지함은 물론 가문의 핏줄도 유지하게 되었고, 천둥-달이(서현진 분), 귀동-동녀(한지혜 분), 막순(윤유선 분)-쇠돌(정인기 분)의 세 커플이 탄생하여 러브라인의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드라마를 시청하였지만 이토록 결말을 극적으로 또 바람직한(?) 방향으로 맺은 것은 정말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지난번 종영된 <로열 패밀리>의 경우 주인공 김인숙(염정아 분)-한지훈(지성 분)이 탄 헬기가 의문의 실종으로 처리되어 화장실에 다녀온 후 뒤를 훔치지 않은 것처럼 아쉬움이 남았던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아래패의 일부 패두가 두령인 천둥의 필적을 모사하여 김대감을 만나자는 밀서를 보내려는 것을 달이가 알고 이를 천둥에게 알리자 천둥은 이 밀지를 그대로 보내라고 하였지요. 이 때만 해도 천둥에게 어떤 복안이 있는지 사실 알 수가 없었지요. 그런데 천둥은 달이에게 김대감과 아래패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자신은 아래패를 택하겠다고 결의를 보여 또 다시 아들과 아비가 맞서는 장면을 보게 될지 조마조마 했습니다. 그런데 귀동으로 인해 이런 상황은 재연되지 않습니다. 

귀동은 아래패의 수하 한 명이 김대감을 만나고 가는 현장을 목격한 후 그를 추궁한 결과 두령의 밀지전달 사실을 알았고, 이 밀지를 본 결과 천둥의 필적이 아님을 확인합니다. 귀동은 김대감과 천둥이 모두 사는 방법은 김대감이 모든 관직을 사직하고 재산을 헌납한 후 시간을 벌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그리고는 이 취지를 담은 밀서를 수하를 통해 아래패에 전달합니다. 아래패들은 갑론을박하였지만 일단 살생부에서 김대감의 이름을 지우기로 합니다.

한편 승정원 도승지에게 사직상소를 올린 김대감은 동녀를 데리고 김생원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는 지난날의 잘못을 사죄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후임으로 김생원을 호조참의로 천거하였다고 합니다. 김대감은 동녀에게 귀동과 혼인하라며, 자기는 천둥을 아래패로부터 구하는 게 소망이라고 합니다. 김대감은 자신에게 반기를 든 동녀를 용서한 것입니다.


귀동은 아래패의 수하를 미행하여 대장간을 급습해 아래패의 본거지를 알아냅니다. 출정하는 귀동에게 김대감은 꼭 천둥을 생포하라고 당부합니다. 이 무렵 천둥과 달이는 정한수 한 그릇 떠놓고는 혼인의 예를 치릅니다. 지금까지 어렸을 때부터 강 포수의 영향을 받아 우유부단하던 천둥을 사상적으로 무장시켰던 여전사 달이이지만 그녀는 천둥과 혼인한 후 흔들리는 모습을 보입니다. 왜 우리만 목숨을 걸어야 하느냐며 목숨이 두렵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천둥은 구차하게 살지 말자며 달이를 달랩니다. 최후의 은신처에서 달이가 밥상을 차려 천둥과 함께 숟가락을 드는 순간 관군이 들이닥칩니다. 망을 보던 장꼭지가 급히 알리자 천둥과 달이는 한 숟갈도 먹지 못한 채 달아날 채비를 합니다.

천둥은 달이를 먼저 피신시킨 후 관군과 맞섭니다. 먼저 장꼭지기 피격되어 숨집니다. 안타깝지만 희생이 없을 수 없지요. 다리에 부상을 입은 천둥은 방안에 포위된 신세입니다. 이 때 귀동은 포졸들의 사격을 중단시키고는 홀로 방으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반전이 벌어집니다. 귀동이 천둥에게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어렸을 때 서로 신분이 바뀐 때문이라며 이제 함께 사는 길을 찾기 위해 "서로를 다시 바꾸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두 사람은 짝패시절로 돌아가 천둥은 포교복장을, 귀동은 두령복장으로 옷을 갈아입은 것입니다.

포교로 변장한 천둥이 귀동을 주먹으로 한방 내리치고는 밖으로 나오자 여기서 또 다른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귀동을 눈엣가시로 생각한 공포교가 변장한 천둥을 귀동으로 오해하고는 단검을 찔러 살해한 것입니다. 참으로 극적인 장면입니다. 이를 목격한 귀동은 공포교를 사살하여 악의 씨앗을 응징합니다. 숨을 거두는 귀동은 천둥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했는데, 천둥은 "짝패에게 미안하다는 말은 없다"며 우정을 재확인합니다. 천둥이 귀동에게 알리지 않고 아래패의 두령이 되어 깨어진 우정이 마지막 순간 되살아난 것입니다. 두 사람은 영원한 짝패로 남습니다.


그로부터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용마골 고향마을에서 동녀는 처녀들을 서당에 불러 아버지 성초시의 선비전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귀동도 낙향하여 남편으로서 동녀 곁을 지킵니다. 그런데 마지막 반전이 기다립니다. 달이가 귀밑에 붉은 반점이 선명한 사내아이를 안고 와서는 김대감에게 손자라고 말한 것입니다. 천둥과 달이가 어느 틈에 운우의 정을 나누었군요. 김대감으로서는 낳은 아들인 천둥은 잃었지만 달이를 통해 양반가문에서 목숨보다 중요한 핏줄을 이어받았어요. 물론 김대감은 이미 양반상놈에 대한 생각을 바꾸긴 했지만. 그리고 기른 아들인 귀동-동녀 부부와 함께 생활하고 있으니 모두가 다 잘된 일입니다.

한편 귀동과 천둥을 뒤바꾼 인물인 쇠돌은 처음으로 막순을 안았어요. 막순이 조선달(정찬 분)에게 바람이 났을 때 꽃 같은 덴년(홍소희 분)이마저도 마다하고 일편단심 순정(?)을 지킨 쇠돌입니다. 쇠돌은 큰년(서이숙 분)이와 자근년(안연홍 분)이 꼬리를 쳐도 해바라기처럼 막순만 바라보고 살았어요. 막순은 조선달이 피살된 후 차마 쇠돌에게 함께 살자고 진심을 털어놓지 못했어요. 그동안 지은 죄가 많기 때문이지요. 막순은 모든 것을 정리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삼월이에게 털어놓았는데요. 다부진 삼월이가 이런 막순의 마음을 쇠돌에게 알린 것이지요. 쇠돌과 막순은 지금도 용마골의 전설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천둥과 귀동, 달이와 동녀의 배역이 9회부터 아역에서 성인연기자로 바뀐 후 드라마를 망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 멋진 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성인연기자 중에서도 귀동 역의 이상윤과 달이 역의 서현진의 연기는 처음부터 무난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짝패>의 조연들의 연기도 빛났습니다. 일등공신은 뭐니뭐니해도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 큰년이 역의 서이숙입니다. 연극무대 출신인 그녀의 살아 있는 표정연기는 정말 일품입니다. 황노인 역의 임현식은 애드리브의 달인이며, 장꼭지 역의 이문식, 김대감 역의 최종환, 현감사또 역의 김명수, 부패한 공포교 역의 공형진 또한 자연스런 연기자입니다. 드라마 <짝패>는 주인공의 뒤바뀐 운명을 소재로 조선후기사회 권력층의 수탈과 하층민의 저항 그리고 양반제도의 붕괴과정을 그린 수작입니다. 그동안 출연진을 포함한 제작진의 노고에 감사하며, 졸필을 읽어준 독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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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pennpe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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