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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3개 코스 1,804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신안 28코스는 신안군 증도면 증동리 증도면사무소에서 출발해 증도면 증동리 증도관광안내소에 이르는 16km의 도보길입니다. 이번 코스는 공해 없는 자연을 인정받아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에 지정된 증도의 서북부지역을 걷는 코스로, 약 22,000여 점에 달하는 해저유물이 발굴된 곳을 기념하는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 바다가 검푸른색을 띄고 있어 이름 붙여진 검산항을 만납니다.
28코스 출발지는 신안군 증도면 증동리 증도면사무소입니다. 면사무소 좌측에는 서해랑길 28코스 안내도가 있는데 이곳에서 바로 우측 건물사이의 언덕을 올라 숲으로 진입합니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니 면사무소가 있는 증동리마을이 바라보입니다. 임도를 만나 좌측으로 조금 가면 대형 저수조인데 여기서 상정봉 정상까지는 100m이지만 오르막이 매우 가팔라 숨이 거칠어지네요.
상정봉(127m) 정상은 한반도해송숲 전망대입니다. 지난 27코스를 답사하면서 만난 한반도해송숲은 숲 전체모양이 한반도지형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여기서 남쪽을 바라보면 짱뚱어 다리 뒤 짱뚱어해수욕장 및 우전해변 좌측에 해송숲이 보이는군요. 다만 상정봉의 해발고도가 좀 더 높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오늘은 짙은 미세먼지로 인해 시계가 흐릿한 게 흠입니다.
정상 남쪽 증도초등학교 옆에는 문준경 전도사 기념관이 있는데 이 기념관은 구한말에서 6.25발발 때까지 많은 어려움과 외면 속에서도 묵묵히 박애와 헌신의 전도로 섬마을 전도자이자 어머니로 불리게 된 문준경(1891~1950) 전도사를 기리는 기념관입니다. 상정봉 정상에는 문준경 전도사의 기도문과 그의 제자인 이판일 장로관련 안내문이 세워져 있으며, 하산하는 길목의 기도바위에는 문준경의 제자 이인재 목사의 업적을 기리고 있습니다.
짱뚱어다리 이정표를 따라 하산하는데, 급경사에는 통나무계단이 설치되어 있군요. 해안도로를 만나 우측으로 갑니다. 갯풍황토펜션 주변에는 불타는 듯한 영산홍이 피어 있습니다. 마늘밭을 지나 바닷가로 나왔는데, 썰물이어서 모래가 드러난 상태네요. 길목에 피어 있는 금잔화가 아름답습니다. 방축리 오산마을을 뒤로하고 선코스트 리조트를 지납니다. 바닷가에 설치해둔 물 그네가 매우 인상적이네요.
해안도로를 따라 서쪽으로 갑니다. 이름 모를 작은 해변을 지나면 검산항방파제가 보이는데 여기서는 이곳의 바다가 검푸른색을 띠는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검생이의 달”표석은 신안해저유물발견을 계기로 KBS에서 방영한 미니시리즈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검산마을을 지나면 이번 코스의 하이라이트인 보물섬 선박모형건축물과 신안해저유물발견기념비입니다. 길목에는 고등어처럼 보이는 생선을 말리는 모습이 어촌마을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단도에 있는 선박모형 건축물은 유물전시관 겸 카페라고 하는데 현재 증도와 소단도를 잇는 교량의 진입로 공사로 출입금지여서 맞은편에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도로변의 조감도를 보니 이곳에 펜션을 지어 분양예정인 듯합니다.
“700년 전의 약속”이라는 대형 표석 뒤에는 바로 신안해저유물기념비가 있습니다. 기념비 쪽으로 가면서 본 우측 해안의 암군은 그야말로 절경입니다. 전라남도 신안군 증도면 방축리 소재 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는 1975년 한 어부의 신고로 발견된 해저유물관련자들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세운 기념비입니다. 해저유물이 최초로 발견된 것은 어부의 그물에 중국룽취안요의 청자가 걸려 올라오면서인데, 이후 1976년부터 1984년까지 발굴을 통해 청자, 백자, 동전, 생활용품 등 약 22,000여점의 유물을 확보했습니다.
이 발굴은 세계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하여 그 성과는 중국도자사의 편년을 재정리하게 하고,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교역사 연구에 새로운 자료를 제공하였으며, 고대무역선의 실체를 알게 되어 동양문화사 연구에 길이 빛날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발굴된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 전시되어 있으며 발굴해역은 국가사적(274호)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전망대에 서면 도자기로 만든 해상부표와 빼어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가다가 동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딱딱한 포장도로여서 발바닥으로 전해오는 촉감이 불편하군요. 이름 모를 해수욕장과 채석장을 지나가는데 바다에는 용도를 알 수 없는 어구(漁具)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해안길은 이리저리 구부러지면서도 서서히 북동쪽으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제법 긴 방조제 끝의 마을에는 “시가 있는 공원”이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는데 특이하게도 풍선 같은 게 매달려 있습니다.
대하양식장이 있는 방조제를 건너 유채꽃이 핀 방조제 안쪽의 길을 건넙니다. 이제부터 길은 비포장도로로군요. 돈대봉(137m) 북쪽 산복도로로 이어진 작은 고개를 넘어갑니다. 대하양식장이 보이는 도로를 건너 돌탑을 지나가는데 길섶에는 붉은 병꽃나무가 살짝 물들고 있는 중입니다.
드디어 사옥도와 증도를 잇는 증도대교가 보입니다. 갈대밭이 보이는 길을 가노라면 804번 지방도로인데 여기서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면 목적지인 신안 증도관광안내소입니다. 오늘 16km를 걷는데 3시간 4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중국발 황사의 영향으로 짙은 미세먼지와 뿌연 조망이 여행자를 괴롭혔지만 오래 전 뉴스로만 보았던 신안해저유물발굴현장을 가까이에서 본 것은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서해랑길 신안 28코스 개요》
▲ 일자 : 2023년 4월 22일 (토)
▲ 코스 : 종도면사무소-상정봉-선코스트리조트-검산마을-신안해저유물발굴기념비-대하양식장-돈대봉 북쪽 산복도로-신안관광안내소
▲ 거리 : 16km
▲ 시간 : 3시간 4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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