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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3개 코스 1,804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무안 24코스는 현경면 용정리 봉오제 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해제면 창매리 매당노인회관에 이르는 20.5km의 도보길입니다. 이 코스에서는 무안군 현경면과 해제면의 바닷가를 걸으며 넓게 펼쳐진 양파밭과 마늘밭 그리고 썰물로 드러난 갯벌을 볼 수 있으며, 특히 해송숲이 우거진 3km 길이의 홀통해변에는 캠핑장을 만나게 됩니다.
24코스 출발지는 현경면 용정리 봉오제 삼거리의 버스정류장입니다. 그런데 이 코스의 길이가 무려 20.5km에 달해 아무래도 딱딱한 길을 길게 걷는 것은 무리이므로 거리를 약 3km 정도 단축하기 위해 여기서 등산버스를 타고 현경면 오류리 곡지마을회관으로 이동합니다.
전형적인 어촌마을인 곡지마을 버스정류장을 지나면 바로 농경지인데 이곳에는 양배추, 마늘, 양파 등 농작물이 저마다의 색깔로 자라고 있습니다. 농경지에는 농업용수확보를 위해 작은 둠벙(물웅덩이)을 조성해 놓아 지혜로운 농심(農心)을 읽을 수 있더군요. 소규모 공장 정문에 놓여 있는 해태상이 매우 인상적이네요.
잠시 후 현경면의 서쪽 바닷가에 도착합니다. 바다는 썰물이라 갯벌바닥을 거의 드러내고 있어 사실 볼품은 없는 상태입니다. 북서쪽으로는 가야할 홀통해변이 갯골 뒤로 보입니다. 여기서부터 홀통해변까지는 방조제 또는 모래사장을 걸어야합니다. 해변에 있는 멀구슬나무의 노란 열매가 맑은 하늘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해변의 정자를 만나면 길은 돌축대 아래 바닷가로 이어집니다. 지금은 썰물이어서 걸을 수 있지만 밀물이라면 축대 안쪽으로 우회해야 할 것입니다. 바닷물로부터 육지를 보호하기 위해 돌로 축대를 잘 쌓았는데, 축대안쪽은 해송(곰솔)군락지입니다. 지금 지나가는 이곳 백사방은 홀통해변입니다.
이어서 뭍으로 올라서면 서해랑길 공식 이정표가 있는데 규모가 상당히 큰 캠핑장이 있는 곳에서 서해랑길은 우측으로 이어입니다. 무안군 현경면 오류리 소재 홀통해변의 홀통은 호리병처럼 삐죽하게 튀어 나온 땅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천혜의 자연발생적 유원지로 울창한 해송과 긴 백사장이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수심이 낮고 파도가 잔잔하여 해수욕과 윈드서핑, 야영, 바다낚시, 해수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여름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부터 길은 방조제 도로를 따라 북쪽으로 이어집니다. 그런데 불어오는 해풍이 장난이 아닙니다. 오늘 날씨예보를 보면 낮 최기기온은 영상 3도이지만 초속 8-9m의 강풍으로 인해 체감기온은 영하 3도입니다. 바람의 세기가 초속 8m일 경우 큰바람, 초속 9m는 큰센바람이라고 하는데 이는 바람을 안고 걷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합니다. 실제 경험해보니 정말 발걸음을 옮기기가 힘이 듭니다. 방한복과 얼굴마스크를 준비하지 않은 이들은 큰 고생을 했습니다. 지금 걷는 이 길은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로군요.
가입마을을 2.1km 남겨둔 시점부터는 24번국도 옆길을 걷습니다. 국도 옆에는 펜션과 카페 등 편의시설이 보입니다. 유선농산을 지나면 가입리 입구 삼거리인데 원래 코스는 우측 가입리 마을을 돌아서 나와야 하지만 우리는 거리단축을 위해 국도를 따라 직진합니다. 도로 맞은편에는 망암 변이중 선생 묘소가 있는데, 변이중(1546-1611)은 조선 중기의 학자로 이이(율곡) 및 성혼의 문하에서 수학했습니다. 그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 전라도에서 의병을 모집하고 군량미를 조달한 군인이기도 한 인물로 후일 함안군수를 역임했습니다. 도로변에 보이는 괴목(槐木)도 신기하군요.
도로를 빠져 나와 해안 방조제로 들어섭니다. 바다건너에는 목적지인 중매산(97m)이 아스라이 보입니다. 곧 방조제를 벗어나 24번 국도를 다시 만나 무안만민교회 이정표를 따라 좌측으로 진입합니다. 길목에는 드론실기교육장이 있네요. 큰 수문이 있는 방조제로 오릅니다. 방조제 끝에는 여러 척의 선박이 정박해 있는데 규모가 상당히 커 보이는 포구이지만 지도상에도 현지에도 포구의 이름을 찾을 수 없습니다. 행정구역상으로는 해제면 천장리여서 필자는 편의상 천장리포구(?)라고 불러봅니다.
무안민민교회를 뒤로하고 또 다시 방조제를 걷습니다. 바다에는 초록색의 파래 같은 식물이 보이는데 파래인지의 여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방조제를 잠시 벗어났다가 걸으면 다시 방조제입니다. 오늘 정말 해안방조제를 지겹도록 걷습니다. 다시 만난 방조제 맞은편에는 목적지인 중매산(97m)이 바로 눈앞입니다. 멀구슬나무를 지나면 목적지까지 단지 2.6km가 남았군요.
잠시 방조제에서 멀어져 창매교회를 지나갑니다. 이제 길은 우측에 중매산을 두고 좌측으로 한바퀴 돌아갑니다. 길목에는 양배추와 쪽파가 자라고 있습니다. 시간은 오후 3시, 바닷물이 점점 많아지는 것은 밀물 때문이겠지요. 곡지마을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멋진 나무 한그루가 모진 세월의 풍상을 견디며 버틴 흔적이 역력합니다. 목적지인 매당노인회관에는 서해랑길 신안 25코스 안내지도가 길손을 환영하네요.
오늘 16.5km를 걷는데 4시간 정도 결렸습니다. 원래 거리는 20.5km이지만 처음 시작하면서 봉오제버스정류장에서 곡지마을회관까지 약 3km를 단축했고, 중간에 가입리를 우회하는 대신 도로를 직진해 모두 4km 정도 거리를 줄였습니다. 그 결과 트레킹을 마친 후에도 다리가 무겁지 않아 참 좋습니다. 때로는 자신의 체력을 감안해 코스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상당히 센 바람을 맞을 땐 힘이 들었지만 무안의 바다와 갯벌을 원없이 보았고, 특히 날씨도 맑고 미세먼지도 없어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신 하루였습니다.
《서해랑길 무안 24코스 개요》
▲ 일자 : 2023년 2월 25일 (토)
▲ 코스 : 곡지마을회관-홀통해변-24번국도-드론훈련장-천장리포구-무안만민교회-창매교회-매당노인회관
▲ 거리 : 16.5km
▲ 시간 : 4시간 5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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