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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남한지역을 일주하는 코리아 둘레길은 동해안의 해파랑길, 남해안의 남파랑길, 서해안의 서해랑길, 휴전선의 DMZ 평화누리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중 서쪽바다와 함께 걷는 서해랑길은 전남 해남의 송호리 땅끝탑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북쪽 인천 강화도 평화전망대에 이르는 103개 코스 1,804km에 달하는 장대한 트레일 코스입니다. 이 길을 걸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드넓은 갯벌과 황홀한 일몰, 그리고 종교와 문물교류의 역사를 만나게 됩니다.
서해랑길 무안 34코스는 현경면 송정리 상수장3반버스정류장에서 출발해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 돌머리해변 이르는 17.2km의 도보길로 일몰과 해송이 아름다운 돌머리해변을 만납니다. 이번코스는 무안을 지나 함평으로 이어지는 길입니다.
34코스의 출발지는 현경면 송정리 상수장3반버스정류장(현해로, 셰프스토리 옆)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출발지에 해당코스의 안내지도가 세워져 있기 마련인데 34코스의 경우 웬일인지 안내지도는 여기서 동쪽으로 약 100여 미터 떨어진 24번국도(송마로) 아래쪽에 있어 길을 걷는 이들을 헷갈리게 만듭니다.
34코스 안내지도가 있는 곳에서 24번국도(송마로) 옆길을 따라 남동쪽으로 조금 가다가 송정교차로에서 우측으로 가면 현해로의 송정로터리인데 여기서 좌측으로 갑니다. 송정2리마을회관과 버스정류장 그리고 송정교회를 지나면 송정정미소인데 가까이 있는 하수장 버스정류장 맞은편 골목길로 들어가는 게 올바른 길입니다.
골목길을 들어서면 녹색의 넓은 들이 펼쳐집니다. 황토밭에서 자라는 고구마와 콩을 수확하면 주민들의 식탁은 풍성해질 테지요. 24번국도를 횡단하는 송정2육교를 건너면 좌측 갯벌로 이어지는데 방조제에는 강아지풀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잠시나마 발길을 멈추게 합니다. 곧 이어 해변을 벗어나 다시 24번국도 옆으로 가면서 우리축산을 지나 한참을 가다가 우측으로 몸을 돌려세웁니다. 고구마 잎사귀에는 벌레가 먹은 구멍이 숭숭하네요. 잎이 긴 콩은 콩나물제조용 콩이라고 합니다.
현경면 평산리 소재 유수정마을회관을 뒤로하고 개천에 걸린 유수교를 지나갑니다. 오래 전 우리 선조들이 손톱에 물들이던 봉선화꽃이 길손을 반겨주는군요. 815번 지방도로(장군로)에서 다시 갯벌을 만납니다. 이곳은 멸종위기종인 흰발농게와 대추귀고둥의 집단서식지라는군요. 잠시 동안 방조제길을 걷다가 다시 북동쪽의 내륙으로 이어집니다. 길목의 울타리에는 탱자나무가 심어져 있어 옛 추억이 떠오릅니다.
이곳은 갯벌도 농경지도 모두 황토빛입니다. 쪽파와 옥수수 군락지 및 녹색한우농장을 지나갑니다. 그러고 보면 오늘 길을 걸으며 여러 차례 가축의 분뇨냄새가 진동하는 축사를 만났습니다. 태양광발전패널을 지나면 외현화마을인데, 마을회관 앞에 쉼터인 평상이 있어 잠시 숨을 돌립니다. 마을에는 소박한 벽화가 그려져 있어 눈이 즐겁더군요.
그런데 오늘도 무척 덥습니다. 가을이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추도, 가장 덥다는 말복도 지났음에도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넘고 더욱이 습도까지 높으니 그늘이 없는 길을 걷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괴롭습니다. 특히 엊그제 태풍 카눈이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간 후여서 더위가 계속 된다는 게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내현화마을회관을 지나자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라는 안내지도가 붙어 있는데 무더위에 걷는 것은 삼가야할 것입니다.
현지 이정표를 보니 아직도 목적지인 함평 돌머리해변까지는 8km 이상 남았군요. 한화3리 생록동마을로 가는데, 길섶에는 설악초와 낮달맞이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습니다. 수로에 걸린 광각1교를 건너 좌측 후동마을 이정표를 따라 갑니다. 바닷가 방조제를 터벅터벅 걷는 발걸음이 무척 무겁습니다. 파도낙농체험목장에는 검은색 염소가 있네요. 내리쬐는 햇볕을 피하기 위해 사람들은 양산을 든 채 걸어갑니다.
해운천에 걸린 해운1교를 건너 좌측으로 가면 자명천인데 이곳 자명천은 행정구역상으로 무안군 현경면 해운리와 함평군 함평읍 석성리의 경계입니다. 자명천의 다리를 건너 드디어 무안에서 함평으로 넘어왔습니다. 이제부터 목적지인 돌머리해변까지는 해안방조제길을 가야합니다. 공사 중인 다리를 뒤로하고 넓은 황토갯벌을 보며 걷는데 방조제 안쪽의 저수지는 민물이라 생명수이겠지요.
방조제보강공사구역을 지나면 드넓은 갯벌이 펼쳐지는데 맞은편 육지 어딘가에 우리가 출발한 곳이 있을 것입니다. 이제 돌머리해변의 스톤델리아 호텔&리조트 건축물이 랜드마크처럼 잘 보입니다. 방조제 보강공사용 석재가 많이 쌓여 있군요.
드디어 함평의 명소인 돌머리해변입니다. 함평군 함평읍 석상리 소재 돌머리해수욕장은 함평읍의 맨 서쪽 바닷가에 있으며 육지의 끝이 바위로 되어 있어 “돌머리”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돌머리라는 말을 한자로 써서 마을 이름도 석두(石頭)가 되었답니다. 해수욕장은 뒤편에 솔숲이 울창하여 경치가 아름다우며, 폭 70m, 길이 약 1㎞의 백사장이 있는 해수욕장은 물이 맑고 수심이 얕을 뿐만 아니라 일몰이 유명해 가족단위의 관광객들이 찾기에 좋습니다.
오늘 17km를 걷는데 4시간 3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기온이 섭씨 30도가 넘은 날씨에 습도가 높았고 그늘이라고는 전혀 없는 방조제 및 농사용 도로를 걷는 게 무척 힘들었습니다. 이제 무안코스가 모두 끝나고 다음에는 단 하나뿐인 함평코스(35코스)를 걸을 차례입니다. 2주 후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는 살인적인 폭염이 지나갈 것을 기대해 봅니다.
《서해랑길 무안 34코스 개요》
▲ 일자 : 2023년 8월 12일 (토)
▲ 코스 : 상수장3반 버스정류장-송정2리회관-우리축산-유수정마을회관-유수교-외현화마을회관-내현화마을회관-광각1교-해운천-자명천-돌머리해변
▲ 거리 : 17.3km
▲ 시간 : 4시간 30분
▲ 안내 : 서울청마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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